
1960년대 미국 우주 개발 경쟁의 뒤편에는 역사에 제대로 기록되지 못한 숨은 영웅들이 있었습니다. 영화 '히든 피겨스'는 NASA에서 탁월한 수학적 재능으로 우주 개발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끈 흑인 여성 수학자들의 실화를 다룹니다. 이들은 성별과 인종이라는 이중의 차별 속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며 미국 우주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썼습니다.
NASA 여성 수학자들의 숨겨진 활약상
웨스트버지니아 대학으로부터 전액 장학금 지원 제의를 받을 정도로 탁월한 재능을 지닌 초등학교 6학년 소녀, 캐서린은 2~3년 일찍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활약을 보였습니다. 35년 후, 그녀는 소설집과 사이트업 사양을 든 채 NASA에 입성하게 됩니다. 당시 NASA는 소련이 쏘아 올린 스푸트니크 위성으로 인해 최초의 인공위성 타이틀을 빼앗겨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우주 공학자들의 궤도 계산을 위한 새로운 전산 시스템마저 지연되자, 전산 보조원 캐서린이 불려 오게 됩니다. 그러나 그녀는 NASA 지휘부에 처음 들어온 흑인 여성이라는 이유로 과학자들에게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캐서린의 주 업무는 과학자들의 계산 오류를 잡아내는 것이었지만, 비록 오랜 시간 단순 계산직으로 일했지만 그녀는 보통 천재가 아니었기에, 그녀의 놀라운 수학 실력에 처음엔 스파이로 의심했던 페리스 부장은 결국 유인 우주선 계획까지 캐서린에게 검토를 맡기게 됩니다.
캐서린과 함께 일하는 동료들 역시 각자의 영역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습니다. 흑인 여성 최초의 엔지니어를 꿈꾸는 메리와 10년째 진급을 못 하고 있는 도로시는 캐서린에게 차별의 현실을 몸소 느끼게 합니다. 이들은 단순히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넘어, 매 순간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만 했던 사람들입니다. 영화는 이들이 일상적으로 마주한 편견과 제도적 차별을 과장 없이 보여주면서도, 그 안에서 얼마나 전문적이고 냉철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갔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특히 캐서린이 비행사 글렌의 궤도 비행에 기존과 다른 수식을 적용하여 발생 오차를 최소화하는 장면은 그녀의 탁월한 수학적 통찰력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인종차별 극복을 위한 세 여성의 전략
꿈을 안고 들어왔지만 푸대접만이 가득한 NASA에서 캐서린을 지탱해 준 것은 함께 버텨주는 친구들 덕분입니다. 메리는 백인 학교에서만 진행되는 엔지니어 수업 때문에 꿈을 포기할 위기에 처하고, 도로시는 IBM 컴퓨터 도입으로 전산원 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소문에 휩싸입니다. 도로시는 안 좋은 일이 벌어지는 것을 앉아서 기다리지 않고, 메리 역시 뛰어난 말솜씨로 엔지니어 재판을 준비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어려움에 맞섭니다.
최초의 인공위성에 이어 최초의 우주인마저 소련에게 빼앗긴 NASA는 더욱 바빠지고, 캐서린도 바빠집니다. 훌륭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차별하는 해리슨 부장에게 캐서린은 참아온 울분을 터뜨리며 화장실 표지판을 내던집니다. 그녀는 미래를 써나가야 할 NASA에서 인종차별은 용납될 수 없다고 강하게 주장합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감정 표출이 아니라, 구조적 차별에 대한 명확한 문제 제기였습니다.
메리의 엔지니어 재판이 시작됩니다. 메리는 자신이 최초가 되기 위해서는 당신도 최초가 되어야 한다며 법정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칩니다. 이 말은 단순히 개인의 기회를 요구하는 것을 넘어, 제도를 바꾸는 사람 역시 역사적 책임을 함께 진다는 의미입니다. 한편 도로시는 IBM 컴퓨터가 예상과 달리 NASA의 시시각각 변하는 정보를 입력할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프로그래밍 책을 끌어안고 준비하여 큰 기회를 얻게 됩니다. 도로시와 팀원들이 IBM을 성공적으로 운용하기 시작한 것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 전략적 대응이었습니다.
세 여성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차별에 대응했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전문성을 끊임없이 증명하고, 주어진 규칙을 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했다는 점입니다. 이들의 노력은 개인적 성취를 넘어 다음 세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실화 기반 영화가 전하는 역사적 의미
NASA의 우주선 캡슐 회수 실패는 계산 착오 때문이었지만, 이는 캐서린의 잘못이 아니었습니다. 회의 때마다 바뀌는 우주선의 정보를 뒤늦게 알아 애를 먹던 캐서린을 유심히 지켜봤던 해리슨 부장은 그녀에게 펜타곤 회의에서 브리핑을 맡기며 공식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합니다. 캐서린은 자신이 왜 회의에 들어와야 하는지를 증명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열광적인 지지 속에 최초의 지구 궤도 비행을 시작하려던 NASA에 문제가 발생하자, 국민 모두가 기다리는 계산을 캐서린이 성공적으로 끝마칩니다.
해리슨 부장은 작전에 너무 많은 기여를 한 그녀가 반드시 상황실에서 위성이 지구를 도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로켓이 무사히 떠올라 지구 궤도에 안착하고, 세 바퀴째를 돌아 밤이 되었을 때, 캐서린이 적어놓은 비치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캡슐이 떨어지며 NASA는 성공적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를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유색인종 최초의 여성 엔지니어가 된 메리, 최초의 주임이 된 도로시, 그리고 달 착륙 추정 계산 보고서에 자신의 이름을 집어넣은 캐서린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영화는 차별이 만연하던 시대에 먼저 내딛은 한 걸음을 다룬 실화인 2016년 작 '히든 피겨스'입니다. 사실 메리, 도로시, 캐서린은 가까운 친구 사이가 아닌 활약한 시기가 조금씩 다른 사람들로, 그들의 놀라운 이야기를 한데 묶어 그 울림을 더 크게 전하려 한 영화적 각색이 깔려 있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캐서린의 공식을 수시로 지켜보던 해리슨 부장이 펜타곤 회의에서 그녀에게 브리핑을 맡기는 신입니다. 이는 누군가에게 업무 지시를 내리려면 그 사람이 가진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한다는, 현시대 직장 상사들에게도 필요한 모습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매일 반복되는 노력과 작은 변화들이 결국 큰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거창한 선언이나 극적인 투쟁보다는,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기회가 왔을 때 확실하게 능력을 증명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교훈을 줍니다.
히든 피겨스는 역사 속에서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밝고 힘 있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성별과 인종이라는 벽 앞에서도 단단하게 버텨온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나아가 역사를 바꿔왔는지를 차분하게 전달합니다. 모든 시대에는 부조리가 있지만, 그것과 맞선 사람들은 언제나 다음 세대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왔습니다. 히든 피겨스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온 모든 사람들을 응원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youtu.be/Z_Swk1JjWj8?si=fHFGA6mb_WI9KG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