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레타 거윅 감독의 2019년 작품 '작은 아씨들'은 루이자 메이 올콧의 고전 소설을 21세기의 언어로 재해석한 영화입니다. 이미 여섯 차례나 영화화된 작품을 다시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레타 거윅은 원작에 내재된 19세기 여성주의적 시각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며, 자매들의 선택과 성장을 따뜻하면서도 예리하게 그려냈습니다. 시얼샤 로넌, 티모시 샬라메, 플로렌스 퓨, 엠마 왓슨 등 완벽한 캐스팅과 함께 완성된 이 작품은 단순한 고전의 재현을 넘어서는 깊이를 담고 있습니다.
여성주의적 재해석과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
그레타 거윅 감독은 '작은 아씨들'을 통해 원작보다 훨씬 선명해진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영화는 조를 중심으로 19세기 여성의 한계, 위치, 자유에 대해 과감하게 이야기합니다. 당시 여성들은 돈을 벌기 어려웠고, 배우나 몸을 파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던 현실을 고모할머니의 말을 통해 드러내며 조의 반발을 유도합니다. 배우를 꿈꿨던 메그, 화가를 꿈꾸던 에이미는 재능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이는 재능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시대의 근본적인 여성 차별 분위기 때문이었습니다.
조는 이런 시대를 정면으로 돌파하며, 여성이 쓴 자전적인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세상을 바꾼 선구자들의 첫걸음은 조의 열정과 강한 의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감독은 조를 억지스러운 여성 운동가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혐오와 차별 없이 메시지를 선명하게 드러내며 자매의 삶을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성공보다 선택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영화는 어떤 삶을 고르든 그 안에 고민과 책임이 함께 있다는 점을 알려줍니다. 특히 원작에 내재된 19세기 여성주의적 시각을 21세기의 언어로 섬세하게 풀어내는 장면에서는 그레타 거윅 감독의 역량에 감탄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성적 서사를 중심으로 여성의 갈등과 심리를 깊이 있게 다룬 이 영화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이후 최고의 여성 영화 중 하나로 평가받을 만합니다.
자매 서사와 각자의 선택이 주는 울림
네 자매가 각자 다른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은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같은 집에서 자랐지만 자매들마다 원하는 미래가 모두 다르다는 점이 현실적이고 재미있습니다. 맏딸 메그는 아름다운 외모로 배우와 사교계를 꿈꿨고, 조는 진취적이고 거침없는 성격으로 소설가를 꿈꿨습니다. 베스는 착하고 내성적이며 음악에 재능이 있었고, 막내 에이미는 화가를 꿈꾸는 현실적인 소녀였습니다. 각기 다른 꿈과 성격, 삶의 방식을 지닌 네 자매의 매력이 영화 전반에 잘 드러납니다.
영화는 이들의 소소한 일상과 사건들을 통해 포근하고 따뜻한 감정을 선사합니다. 자매들의 왁자지껄한 수다와 웃음소리는 마치 곁에서 지켜보는 듯한 생생함을 전달합니다. 조와 로리가 처음 춤을 추는 기분 좋은 긴장감, 그리고 에이미가 조의 소설을 불태우는 사건을 통해 자매들의 싸우는 방식과 깊은 유대감을 잘 보여줍니다. 에이미는 언니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파괴함으로써 상처를 주려 했고, 조는 에이미를 용서할 수 없었지만, 에이미가 물에 빠지자마자 자신의 후회를 드러내며 자매 간의 복잡한 감정을 풍성하게 묘사했습니다.
메그는 허영심이 강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존 브룩과의 결혼을 선택하며, 사랑 하나로 어려움을 견뎌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가장 현실적이었던 에이미는 고모 할머니의 기대처럼 부자와 결혼하려 했지만, 로리의 마음을 알고 나서는 결혼을 포기하고 로리는 에이미를 선택하게 됩니다. 영화는 자매 사이의 애정과 질투, 응원을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그래서 관계가 더 진짜처럼 느껴집니다. 조가 자신의 길을 찾으려 노력하는 모습은 많은 관객에게 큰 공감을 가져옵니다.
그레타 거윅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완벽한 조화
그레타 거윅 감독은 '레이디 버드'를 통해 아름다운 성장 영화이자 여성 영화를 선보이며 연출력을 입증했습니다. 특히 엄마와 딸의 깊은 관계를 섬세하게 다뤄 많은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레이디 버드'에 함께했던 시얼샤 로넌, 티모시 샬라메를 비롯해 엠마 왓슨, 플로렌스 퓨 등 적절한 캐스팅으로 완성된 '작은 아씨들'은 지금까지의 어떤 '작은 아씨들'보다도 원작 고증에 충실했으며, 소설을 영상으로 읽는 듯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영화는 원작과 달리 현재 시점과 7년 전 유년기의 마지막 순간들을 교차 편집하여 보여주는 전개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같은 공간이라도 과거는 따뜻하고 사랑스럽게, 현재는 쓸쓸하고 텅 빈 느낌으로 표현해 극명한 대비를 이룹니다. 다만 현재와 과거의 잦은 교차는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고, 원작을 모르는 관객에게는 혼란을 줄 수 있다는 단점도 있었습니다. 7년이라는 시간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외모에 큰 변화가 없어 시점 파악을 더욱 어렵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시얼샤 로넌은 '레이디 버드'와 '체실 비치'에서 보여준 모습에 조의 강단 있는 모습을 더해 대체 불가능한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티모시 샬라메는 아름답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로리의 캐릭터를 훌륭하게 표현했으며, 상상했던 것보다 더 답 없는 한량의 모습을 잘 담아냈습니다. 플로렌스 퓨는 영리하고 도전적인 에이미 역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캐스팅이었으며, 늘어난 에이미의 분량과 비중을 납득시키는 뛰어난 연기를 펼쳤습니다. 엠마 왓슨 또한 여전히 아름다웠습니다. 나눔의 가치를 중시하는 어머니의 아름다운 성품은 자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며, 이웃 로렌스 가문과의 인연으로 네 자매와 로리의 관계가 깊어집니다.
그레타 거윅 감독은 '작은 아씨들'의 매력을 거의 완벽하게 구현했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다소 산만하게 교차하는 것을 제외하면 완벽에 가까운 원작 재현과 따뜻하고 우아한 감동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1994년 위노나 라이더 버전보다도 훨씬 마음에 드는 작품으로, 두 세기 전의 일이지만 그 시대의 첨예한 세대 갈등을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입니다. 다만 로리의 선택은 여전히 아쉬움이 남습니다. 조와 그렇게 가까웠으면서도 조의 진심을 몰랐다는 점, 그리고 한 번의 거절에 너무 빨리 포기했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성공보다 선택의 의미를, 꿈보다 현실 속 고민과 책임을 진솔하게 담아낸 수작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youtu.be/Ejr97lO1Wr8?si=xYd6k3Ul0XMk9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