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자 이안과 신비주의자 소피의 사랑을 그린 영화 '아이 오리진스'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과학과 영성, 우연과 필연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집니다. 홍채 연구를 통해 진화를 증명하려던 과학자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다시 만난 듯한 기적 같은 순간을 마주하며 자신의 신념이 흔들리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냅니다.
홍채연구로 시작된 과학자의 여정
이안은 시력이 없는 생물체에서 6 유전자를 찾아 진화 과정을 명확히 규명하려는 과학자입니다. 그에게 실험체를 가져다주는 카렌과 함께 연구에 매진하던 그는 증명된 사실만을 믿는 철저한 실증주의자였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인간에게 매료된 그는 홍사 파티장 옥상에서 신비로운 눈을 가진 소피를 만나게 됩니다. 화장실로 이끄는 소피의 적극적인 태도와 달리 눈치 없는 이안의 재미없는 소리는 분위기를 깨버렸고, 소피는 그대로 떠나가버립니다.
하지만 이안은 소피를 잊지 못했습니다. 11달러 11센트를 내고 날짜와 시간까지 모두 11이 나타난 순간, 눈앞의 11번 버스에 올라타자 한 강아지가 신호를 주듯 짖었고, 운명처럼 광고판에 있는 소피의 눈동자를 다시 만나게 됩니다. 구글링을 통해 소피의 단골 카페를 찾아간 이안은 끝없는 연구에 지쳐 있었지만, 오히려 카렌이 더 적극적으로 연구를 밀어붙였습니다. 얼마 후 지하철에서 소피를 한눈에 알아본 이안은 그녀가 건넨 멘토스와 헤드셋을 통해 다시 가까워집니다. 운명을 믿는 소피와 증명된 사실만을 믿는 이안의 대립 구도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테마입니다. 마침내 카렌이 한 벌레에서 6 유전자를 찾아내는 성과를 거두었고, 이안은 연구실에서 소피에게 프러포즈까지 해치웁니다. 하지만 소피는 이안의 연구조차 이해할 수 없었고, 화학물질이 눈에 들어가는 사고로 이안이 눈에 거즈를 붙인 채 집으로 돌아가는 날, 엘리베이터 사고로 소피는 하반신을 잃고 사망하게 됩니다.
환생논쟁을 불러일으킨 홍채의 비밀
7년의 시간이 흐른 후, 이안은 카렌의 도움 덕에 세계에서 인정받는 과학자가 되었습니다.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소피 향수 냄새를 맡은 이안은 그날 밤 그 향기를 맡으며 소피 사진을 봅니다. 만삭이 된 카렌은 건강한 아들 토피를 출산했고, 몇 개월 후 사이먼 박사라는 의사가 토피가 자폐가 의심된다며 수상한 테스트를 합니다. 아무리 봐도 이 검사는 자폐 테스트로 보이지 않았고, 사진 속 식당을 찾아간 이안은 그곳에서 목장을 소개받습니다.
목장의 폴은 작년에 사망했다는 말을 듣고, 이안은 사이먼 박사가 홍채 일치도 기기의 상관관계를 검사 중이라는 사실을 알아챕니다. 죽은 가족들의 사진과 홍채를 비교하며 인도에서 한 명이 검색되었고, 통계적으로 불가능한 이 상황을 믿을 수 없던 이안은 카렌과 함께 인도로 향합니다. 홍채가 등록된 주민센터에서 담당자 프리아는 이안을 알아봤고, 프리아는 로미나라는 아이가 소득 없이 거리를 떠돌고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인도를 너무 쉽게 본 이안은 돈만 날리고 희망 고문만 당하는 듯했지만, 광고판을 주시하는 한 여자아이를 목격합니다. 그 아이는 소피의 눈을 갖고 있었습니다.
호텔에 도착한 이안은 이상한 아이를 피해 계단으로 올라갔고, 로미나의 눈은 작은 얼룩까지 소피와 일치했습니다. 테스트 결과 중요한 가지들은 일치했지만 또 다분히 틀리기도 했고, 소피 얼굴은 정확히 지목하는 90% 일치율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는 무작위 선택으로도 가능한 수치였습니다. 결정적 순간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 겁먹은 로미나가 울먹이며 이안에게 안기는 장면이었습니다. 이안은 로미나의 눈에서 소피의 영혼을 느꼈고, 문을 열고 빛을 향해 걸어 나갑니다.
과학과사랑 사이에서 흔들리는 신념
2014년작 마이크 카힐 감독의 SF 로맨스 영화인 '아이 오리진스'는 신을 부정하는 과학자 이안과 영적인 것을 믿는 소피의 사랑과 환생에 대한 이야기를 짜임새 좋게 풀어냅니다. 특히 국내에서 더 인기가 높은 만큼 한국인들의 정서에는 호불호 없이 볼 만한 깊이 있고 여운 남는 매력적인 영화로 평가받습니다. 이 작품은 과학과 사랑을 동시에 설명하는 보기 드문 작품입니다. 처음에는 홍채를 연구하는 과학자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점점 삶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으로 확장됩니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감정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들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갑작스런 이별에 폐인이 된 채 겨우 버텨가던 이안이 소피를 잃은 상실감에 밥 한술 뜨지 못하는 모습은 과학자도 결국 인간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쿨한 카렌이 동면을 봐주려 했지만 소피 사진을 보게 되는 장면에서 느껴지는 죄책감과 안타까움은 관객에게도 전달됩니다. 특히 사랑을 겪은 이후에도 사람이 얼마나 이성적으로 살 수 있는지, 우연처럼 보이는 만남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은 과학과 영성의 경계에 선 현대인 모두에게 해당되는 화두입니다.
영화는 증명 가능한 것만을 믿던 과학자가 사랑과 상실을 거쳐 설명할 수 없는 현상 앞에서 자신의 신념을 재검토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11이라는 숫자의 반복, 소피의 향기, 엘리베이터에 대한 공포 등 통계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치들이 쌓여갈 때 이안이 느끼는 혼란은 과학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조차 공감할 수밖에 없는 감정입니다.
'아이 오리진스'는 과학과 영성, 이성과 감성, 증명과 믿음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인간의 노력을 아름답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홍채라는 과학적 소재를 통해 환생이라는 영적 주제를 탐구하는 독특한 접근은 관객에게 삶과 사랑, 죽음과 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 영화로 자리 잡은 이유는 바로 이처럼 과학적 엄밀함과 감성적 울림을 동시에 담아냈기 때문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youtu.be/lFg6WuQFwDM?si=TF-ykD15LIufDV5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