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더 라이트하우스는 외딴섬의 등대를 배경으로 두 남자의 심리적 붕괴를 그려낸 작품입니다. 로버트 에거스 감독은 독특한 화면 비율과 흑백 촬영 기법을 통해 관객에게 불편함과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4주간의 등대 관리 업무가 예상치 못한 고립 상황으로 이어지면서, 두 등대지기 톰과 에프라임은 점차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잃어갑니다. 바다 한가운데 갇힌 두 인물의 이야기는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고립된 심리가 만들어낸 균열과 집착
등대지기로서 오랜 경력을 갖고 있는 톰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관리해야 한다는 고집과 등대에 대한 집착이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반면 에프라임은 톰과 함께 등대를 관리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청소와 잔일거리만 맡게 되어 불만이 쌓여 있는 상태였습니다. 매일 힘든 노동을 반복하는 에프라임에게 톰은 등대에 가까이 가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고, 이는 두 사람 사이의 권력관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설정입니다.
고립된 환경에서 인간은 사소한 불만도 증폭시키게 됩니다. 에프라임이 느끼는 불공정함은 단순히 업무 분담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심리적 박탈감으로 발전합니다. 톰의 등대 독점은 그가 가진 유일한 권력이자 통제 수단이었고, 에프라임은 이를 통해 자신이 철저히 배제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잡무만 맡아서 하는 것에 화가 난 그는 갈매기를 향해 돌을 던졌는데, 이를 본 톰이 이곳에 있던 이전의 등대지기는 미쳐서 죽었다는 이야기를 해주며 갈매기를 못살게 굴면 불운이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이 경고는 단순한 미신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고립된 공간에서 형성되는 규칙과 금기의 상징입니다. 바다 한가운데 외딴섬과 낡은 등대, 그리고 두 남자만 있는 설정 자체는 답답하게 느껴지며, 비슷한 하루가 계속 반복되는 구조는 시간 감각마저 흐릿하게 만듭니다. 사소한 말 한마디가 큰 싸움으로 번지면서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지는 과정은, 고립이 인간의 이성을 얼마나 쉽게 무너뜨리는지를 보여줍니다. 에프라임과 톰의 관계는 동료에서 경쟁자로, 다시 적대자로 변화하며, 이는 폐쇄된 공간에서 발생하는 권력 투쟁의 전형적인 양상입니다.
흑백 연출이 표현하는 불안과 현실의 경계
흑백화면과 시끄러운 바람소리는 인물들의 불안한 마음을 그대로 표현해 주는 것 같습니다. 로버트 에거스 감독이 선택한 남다른 화면 비율은 관객에게 마치 좁은 공간에 갇힌 듯한 느낌을 전달합니다. 컬러가 아닌 흑백으로 촬영된 이 영화는 시각적으로도 과거 시대의 고립감을 재현하면서, 동시에 현실과 환상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드는 효과를 냅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 갑자기 물색이 이상해져 수도관을 고치려던 중 갈매기가 빠져 죽어 있는 것을 보게 된 에프라임은, 자신을 따라다니는 것 같은 갈매기가 나타나 자신을 비웃는 듯 굴자 톰의 경고를 무시하고 결국 갈매기를 죽입니다. 이때부터 바람의 방향이 바뀌며 태풍이 시작되고, 때문에 원래 오기로 했던 보급선이 들어오지 못하면서 두 사람은 섬에 갇히고 맙니다. 갈매기의 죽음은 상징적인 전환점이며, 이후 모든 사건은 에프라임의 심리적 붕괴와 맞물려 전개됩니다.
무엇이 실제이고 무엇이 상상인지 헷갈리는 장면들이 나타나는 것은 영화의 핵심적인 연출 방식입니다. 톰은 원래 술을 잘 마시던 사람이었지만 에프라임은 지침서에 적혀 있다며 권하는 술을 일절 마시지 않았었는데, 고립된 상태에서 불안과 스트레스를 느끼면서부터는 매일 취해 있기 시작합니다. 술에 의존하는 과정은 두 사람이 현실 감각을 잃어가는 과정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술에 취한 채 음식은 맛이 없다며 욕하자, 톰은 "You're drunk"이라며 저주를 퍼붓고, 그러다가도 술을 나눠 마시고 춤을 추며 사이좋게 지내기도 합니다.
흑백 화면과 고립된 상태에서 미쳐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연출이 탁월했던 영화 더 라이트하우스는, 시각적 제약을 오히려 강점으로 활용한 작품입니다. 색채가 없는 세계는 감정의 과잉을 억제하면서도, 인물들의 내면을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욕망과 광기, 그리고 등대라는 상징
그러나 그들도 등대 이야기만 나오면 균열이 생겼는데, 톰이 절대 등대에 올라갈 수 없게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섬에 갇혔다는 절망적인 상황에 빠져 에프라임의 욕망은 폭주하고, 그의 상상 속 인어가 나와서 욕망을 채워주는 등의 모습이 보이며 망상과 현실의 구분이 흐려집니다. 등대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권력과 욕망, 그리고 금지된 영역의 상징입니다. 에프라임이 등대에 올라가지 못하는 것은 그가 진정한 통제권을 갖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그의 정체성 혼란과도 연결됩니다.
어느 날 술에 취한 채 톰에게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꺼내는 에프라임은, 진짜 등대지기가 아니었고 그의 동료를 죽인 뒤 가짜 신분으로 살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죄책감으로 인해 자신이 죽였던 실제 에프라임까지 눈앞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혼란스러워합니다. 이 고백은 영화 전체의 반전이자, 주인공의 정체성이 애초부터 불안정했음을 보여주는 핵심 장면입니다.
이곳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에 홀로 구명보트를 타러 가지만, 톰이 뒤쫓아와 그를 막아서고 그와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알고 보니 그는 망상에 빠져 톰이 이전에 있던 등대지기를 죽였으며 자신을 이곳에서 못 떠나도록 막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톰 때문에 등대에 올라갈 수도 없고 이 섬에서는 자신의 욕망을 채울 수도 없었기에 점차 미쳐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고립된 채 점차 정신을 놓기 시작한 그들은 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이때 파도가 창문을 뚫고 침범하면서 그동안 에프라임이 보고 싶어 하던 톰의 등대일지가 눈앞에 나타납니다.
일지에 대한 욕이 잔뜩 쓰여 있자 화가 난 에프라임은 톰에게 욕을 퍼붓는데, 그러면서도 등대를 포기하지 못했던 그가 등대로 올려달라고 빌어보지만 톰은 그를 조롱하며 귀등으로도 듣지 않았습니다. 완전히 미쳐버린 에프라임의 눈에는 톰이 진짜 에프라임으로도 보였다가 인어로도 보였다가 혼란스럽게 보이고, 그를 무참히 끌고 가 구덩이에 버려 버립니다. 그리곤 열쇠를 빼앗아 등대를 향해 올라가기 시작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대를 포기하지 못한 톰이 도끼를 든 채 그를 뒤쫓아가지만 결국 에프라임이 톰의 목숨을 빼앗고 등대에 올라가는 데 성공합니다.
마침내 등대에 올라갔지만 기쁨인지 슬픔인지 알 수 없이 소리를 지르는 에프라임은, 그러다 넘어져 떨어지면서 갈매기에 밥이 되고 맙니다. 첫 시작에서 톰이 말했던 경고처럼 갈매기에게 살점이 파 먹히면서 모든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이 결말은 욕망의 성취가 곧 파멸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금기를 어긴 자에 대한 처벌이라는 신화적 구조를 따릅니다.
더 라이트하우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편하지 않은 느낌을 주는 영화입니다. 고립된 환경에서 인간의 이성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 욕망과 광기가 어떻게 현실을 잠식하는지를 흑백 연출과 독특한 화면 비율로 탁월하게 표현했습니다. 등대라는 상징을 통해 권력과 금기, 정체성의 혼란을 다룬 이 작품은 관객에게 불편함과 동시에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youtu.be/7gvibu_qdPM?si=VC7vi50jXjNohz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