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격변의 한국 현대사를 한 가족의 이야기로 풀어낸 영화 <국제시장>은 1,400만 관객을 동원하며 국내 상영 영화 흥행 역대 4위를 기록했습니다. 윤제균 감독은 <해운대>에 이어 한국 영화사상 최초로 천만 관객 영화를 두 편이나 만든 감독이 되었습니다. 정치색 논란과 신파 논쟁을 넘어 이 영화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황정민이 연기한 주인공 윤덕수의 삶을 통해 우리 부모 세대가 겪은 시간을 들여다봅니다.
가족을 위한 한 사람의 희생, 윤덕수의 선택
영화는 부산 국제시장의 한 가게 옥상에서 시작됩니다. 꽃분이의 간판을 지나 날아다니는 나비 한 마리가 노부부를 찾아가는데, 감독은 이 나비를 주인공 덕수의 아버지라는 설정으로 구성했습니다. 아들을 찾아 시장을 돌아다니다 도착한 아버지의 영혼은 덕수의 담담한 회상을 따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황정민 배우의 노인 분장은 007 스카이폴 특수 분장팀인 스웨덴 팀을 섭외해 진행했으며, 젊은 시절 얼굴은 일본 CG 업체의 페이셜 에이지 리덕션 기술로 구현했습니다.
주인공 윤덕수는 실제 감독의 아버님 존함을 그대로 사용한 캐릭터입니다. 윤제균 감독은 자식이 성공한 모습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너무 보고 싶어서 아주 오래전부터 이 영화를 기획했다고 밝혔습니다. 흥남 철수 작전에서 아버지와 헤어진 덕수는 가족의 가장 역할을 떠안게 됩니다. 부산 국제시장에 도착한 가족은 어머니의 결정으로 덕수를 학교에 보내지만, 동생이 서울대에 합격하자 덕수는 자신의 공부를 접고 파독 광부로 독일행을 선택합니다.
파독 광부 모집 체력 검사 장면은 전주시청 건물에서 촬영했으며, 황정민 배우의 몸까지 전부 CG로 제작했습니다. 전설의 주먹 때 힘들었던 트라우마가 있던 황정민 배우는 CG로 가능하다는 소식에 안도했다고 합니다. 쌀가마니를 들어 올려 합격한 덕수는 친구 달구와 함께 독일로 떠납니다. 체코 오스트라바의 실제 탄광도시에서 촬영한 광산 신은 현재 박물관으로 보존된 환복 시설과 갱도 입구를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지하 갱도에서 "불이"라는 인사를 나누는 장면은 실제 파독 광부들이 자주 하던 인사였으며, 이 대사를 듣고 눈물을 흘린 관객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덕수는 파독 간호사 영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갱도 붕괴 사고로 달구와 함께 생사의 기로에 놓입니다. 석탄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장면은 풀 CG로 제작했으며, 입속에 든 석탄은 들깨와 콩가루를 섞어 만들었습니다. 동료들의 도움으로 구조된 덕수는 영자와 재회하고 결혼하게 됩니다. 사용자가 지적했듯이, 덕수가 가족을 위해 선택을 미루고 책임을 떠안는 모습은 당시 시대의 가장상을 정직하게 보여줍니다. 개인의 희생이 당연했던 분위기 속에서 덕수의 삶은 많은 이들의 부모 세대와 겹쳐집니다.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시대상의 섬세한 재현
영화는 50년대 초반 국제시장의 모습을 사진작가 임응식의 사진들을 참고해 재현했습니다. 유성희 미술 감독은 아가씨, 암살, 괴물 등 대작 영화에서 보여준 섬세한 감성으로 프리프로덕션 4개월, 완성까지 3개월을 투자해 당시의 시공간에 생명을 불어넣었습니다. 국제시장 세트는 충무로에 제작되었으며, 꽃분이네 가게의 원래 이름은 영신상회였으나 영화를 위해 간판을 교체했습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주변 상가들의 품목이 바뀌어 가는 모습을 표현하면서도, 꽃분이의 가게만은 변함없이 동일한 품목을 판다는 설정으로 덕수 가족의 일관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흥남 철수 작전 장면은 부산 다대포 해수욕장에서 약 300여 명의 배우만 섭외해 촬영한 후, CG로 엄청난 인파를 만들었습니다. 배 역시 한 대만 놓고 촬영했으며, 사전에 애니메이션으로 동영상 콘티를 만들어 정확하게 촬영했습니다. 이 영화의 CG는 무려 천 컷이 넘는 분량이었으며, 촬영 후 후반 작업에만 1년이 걸렸습니다. 당시 임신 5개월이었던 장영남 배우는 초겨울 추운 날씨에 옷 안에 잠수복을 입고 입수 연기를 소화했습니다.
베트남전 장면은 태국에서 촬영했으며, 밀림 장면에서는 모든 배우들이 가장 고생했다고 합니다. 특히 오달수 배우는 감독이 현장에서 갑자기 추가한 뱀 등장 신 때문에 실제 뱀과 연기해야 했습니다. 해병대 등장 장면은 오사카 영화제에서 환호와 탄성이 터졌으며, 당시 전 세계적으로 인기였던 동방신기 팬들 덕분에 일본 예매율 압도적 1위를 차지했습니다. 유노윤호, 최강창민과 함께한 이 장면은 황정민, 오달수 배우가 유노윤호의 매니저가 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1983년 이산 가족 찾기 장면은 보조 출연자 300명만 섭외해 수영만 요트 경기장 공터에서 촬영한 후 CG로 완성했습니다. 김동건 아나운서 역은 실제 김동건 선생님이 고사해 황인준 배우가 맡았으며, 목소리까지 완벽하게 재현했습니다. KBS 본관 공개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인터뷰 씬과 길바닥에 붙어 있는 수십 장의 전단지는 미술팀과 모든 스태프, 감독과 배우까지 각자 20장 이상씩 손수 써서 만들었습니다. 사용자의 평처럼, 영화는 새로움보다는 공감에 가까운 작품이며 부모 세대가 어떤 시간을 살아왔는지를 차분히 보여줍니다. 눈물을 유도하는 장면이 분명히 있지만, 그 감정이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개인의 희생이 당연했던 시대 분위기를 있는 그대로 담아냈기 때문입니다.
황정민의 디테일한 연기와 제작진의 완성도
황정민 배우는 노인 분장뿐 아니라 20대 청년 덕수의 얼굴까지 CG로 구현해야 했습니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CG 팀은 얼굴을 늙게 만드는 건 가능하지만 젊어지게 하는 건 힘들다고 답변했고, 전 세계 CG 팀을 거의 다 연락해 본 끝에 일본의 페이셜 에이지 리덕션 전문 회사를 섭외할 수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도 함께 찍어야 해서 머리를 깎을 수 없었던 황정민 배우는 대머리 가발까지 만들어 분장했습니다.
황정민 배우는 중로에 있는 공원에서 촬영한 노인들의 영상을 보면서 장기를 두는 손, 담배 피우는 모습, 이야기하는 모습을 관찰하며 연구했습니다. 먹던 과일을 던지는 장면은 황정민 배우가 즉흥적으로 생각한 디테일인데, 감독은 딱히 말한 적도 없는데 어떻게 본인의 아버지와 똑같은 행동을 하는지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노인 분장을 한 채 실제 시장에 앉아 있을 때 지나가는 시민들이 황정민 배우를 알아보지 못하고 물건 가격을 물어보는 일이 많았습니다.
아버지를 만나는 거울 속 장면은 원래 노인이 된 덕수가 아버지를 안아주는 버전도 있었습니다. 황정민 배우는 거의 실신할 정도로 펑펑 울며 촬영했으나, 여러 스텝들과 함께 오랜 시간 고민 끝에 어린 덕수 버전을 사용했습니다. 이병우 음악 감독은 장화홍련, 왕의 남자, 괴물 등의 음악을 만든 경력으로 심금을 울리는 기타 연주를 선보였습니다. 라미란 배우는 댄싱 퀸에서 황정민 배우와 만난 적이 있으며, 감독과 황정민 배우는 입을 모아 이 배우는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당시 라미란 배우의 목표는 여자 오달수였다고 합니다.
김윤진 배우는 경북 영덕 출신으로 자연스러운 사투리를 구사했으며, 이 영화 이후 응팔에서 진주 엄마로 출연해 엄청난 사랑을 받았습니다. 끝순이 역의 김설 양은 이 영화가 데뷔작이었으며, 학교 신에는 동생을 업고 있다는 설정이 없었으나 애가 너무 예뻐서 없던 설정을 만들어 출연시켰습니다. 덕수의 아역인 엄지성 군은 금방 캐스팅했지만, 달구 아역은 오달수 배우를 닮은 독보적 외모를 찾아야 해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장대윤 군이 오디션에 들어오자 모두 빵 터져서 캐스팅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영화는 덕수가 남진을 좋아한다는 설정을 일관되게 유지합니다. 감독은 전라도와 경상도의 통합을 꿈꾼다는 의미로 부산 출신 덕수가 목포 출신 남진을 좋아한다는 설정을 했습니다. 끝순이 신랑은 나훈아를 닮은 분을 의도적으로 찾아서 캐스팅했습니다. 과거와 현재의 연결을 중요하게 생각한 감독은 한 컷으로 연결되는 장면을 만들기 위해 스태프가 노인 덕수 옷을 입고 촬영한 후 CG로 얼굴을 황정민으로 바꾸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영화 <국제시장>은 정치색이니 억지 신파니 작은 논란들이 있었지만, 결국 1,400만 관객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사용자의 말처럼 이야기는 다소 정직하고 직선적으로 흘러가서 이해하기 어렵지 않으며, 감정을 강하게 몰아붙이기보다는 부모 세대가 어떤 시간을 살아왔는지를 차분히 보여줍니다. 보고 나면 가족에 대해 한 번쯤 더 생각하게 만드는 이 영화는, 황정민 배우의 디테일한 연기와 제작진의 섬세한 완성도가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youtu.be/WQUkndzfUJU?si=ttDf8j6xMfbCyyGy